인천 쿠팡 화재, ‘안전불감증’ 또 드러났다

반복되는 참사, 원인 규명과 근본적 대책 시급
화마가 삼킨 물류 허브…시민사회 불안감 가중


인천 서해구 석남동을 검은 연기로 뒤덮은 쿠팡물류센터 화재가 며칠째 이어지며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대형 물류센터의 구조적 취약성과 안전 관리 체계의 허점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과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화마(火魔)가 삼킨 물류 허브… 시민들 불안 가중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경, 물류센터 6층에서 발화가 시작됐다. 거대한 연면적을 자랑하는 8층 규모의 센터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적재된 다량의 가연성 물품들은 불길을 키우는 연료가 되었다.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며 총력전에 나섰으나, 좁은 통로와 복잡한 내부 구조 탓에 진화 작업은 사흘이 넘도록 난항을 겪었다. 인근 지역에는 대피령이 내려졌고, 학생과 어린이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와 어린이집의 휴교·휴원 소식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특히 건물 내 보관 중이던 약 500대의 물류 로봇은 대형 화마의 뇌관으로 작용됐다.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로봇들이 화재의 열기에 노출될 경우 ‘열폭주’ 현상으로 인한 연쇄 폭발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민간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유독가스 흡입과 탈진 등으로 부상을 입는 등 진압 과정의 위험성은 극에 달했다.

 

 

“예견된 인재”… 반복되는 물류창고 잔혹사
현장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를 두고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거세다. 익명의 관계자는 “평소 내부 먼지 제거 등 소방 설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물류센터는 화재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앞세운 관리 정책이 우선시되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화재가 외벽을 타고 상층부로 급격히 번지는 ‘캔들 효과’ 등 물류창고 화재의 전형적인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된 점 또한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물류 대란은 이미 시작됐다. 서인천우체국 등 주요 물류 거점은 화재 현장 입점업체의 물량을 전량 반송하는 등 일대 혼란을 빚고 있다. 이번 사고는 거대 물류 인프라를 갖춘 인천시와 쿠팡 측에 ‘안전 없는 성장은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한편, 소방 당국은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확한 발화 원인과 안전 설비 작동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의 책임론과 안전 관리 강화 대책이 거세게 요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천광역신문] 진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