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고개 든 ‘공천헌금’의 추악한 민낯

새해 벽두부터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장면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공천을 대가로 오간 돈, 이른바 ‘공천헌금’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추악한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넘어 깊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정치가 희망이 아니라 실망의 근원이 되는 순간,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공천은 선거의 출발점이자 민주주의의 첫 관문이다. 그러나 그 관문이 돈으로 더럽혀질 때, 선거는 이미 공정성을 상실한다. 새해를 맞아 다시 불거진 공천헌금 논란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구조적 병폐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오래된 악습, 반복되는 부패의 그림자
공천과 관련된 금품 거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정치개혁의 핵심 과제로 지적되어 왔고, 수많은 제도 개선과 법적 장치가 도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드는 것이 바로 공천헌금 문제다.

겉으로는 투명한 절차를 내세우지만, 물밑에서는 은밀한 거래가 이뤄진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돈 없으면 공천 없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현실은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는 일부 정치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 반복적으로 되풀이됐다.

공천이 거래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공천은 정당이 국민 앞에 내놓는 약속이다. 어떤 인물을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선언이다. 그런데 이 공천이 능력과 비전이 아니라 자금력으로 결정된다면, 그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돈으로 공천을 산 후보가 과연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공천 과정에서 이미 빚을 진 정치인은 선출 이후에도 그 빚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행정은 왜곡되고, 정책은 사익에 흔들리며, 지방자치는 토호와 기득권의 놀이터로 전락한다.

드러난 것은 일부, 숨겨진 것은 구조
최근 드러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례보다, 여전히 수면 아래에 감춰진 관행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공천헌금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구조화된 부패로 인식되고 있다.

정당 내부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공천권을 쥔 소수의 과도한 권한, 검증보다 충성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맞물리면서 부패는 재생산된다. 이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처벌을 외쳐도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6월 3일, 지방선거의 의미를 되묻다
오는 6월 3일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교육, 복지, 안전, 지역경제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선거다.

이 중요한 선거가 공천헌금이라는 검은 그림자에 오염된다면, 지방자치는 출발선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가 된다. 진정한 인물을 선택할 기회가 박탈되고, 유권자의 선택권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공천 과정의 투명성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요구되고 있다.

공정한 공천 없이는 공정한 선거도 없다
선거의 공정성은 투표함에서만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 단계인 공천 과정이 공정해야 비로소 선거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공천이 돈과 거래되는 순간, 선거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

정당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세우고 있는가. 공천 과정은 공개되고 검증 가능한가. 책임 있는 답변 없이 반복되는 구호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공정한 공천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최소 조건이다.

유권자의 분노가 변화를 만든다
정치의 부패를 바로잡는 마지막 힘은 결국 국민에게서 나온다. 무관심은 부패의 가장 든든한 동맹이다. “다 똑같다”라는 냉소가 확산될수록, 부패한 관행은 더욱 교묘해진다.

유권자는 이제 묻고 따져야 한다. 그 후보는 어떻게 공천을 받았는가. 돈의 그림자는 없는가. 말뿐인 개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행적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깨어 있는 시민의 질문이 많아질수록, 공천을 둘러싼 음습한 거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정치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정치권은 매번 선거철마다 개혁을 약속해 왔다. 그러나 공천헌금 문제가 반복되는 현실은 그 약속이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보여준다. 개혁은 선언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의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공천 과정의 전면 공개, 외부 검증 강화, 공천권 분산과 책임 강화 등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 역시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더 이상 말만의 개혁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한 결별이다
공천헌금은 정치의 관행이 아니라 범죄다.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척결의 대상이다. 이 오래된 악습과 단호하게 결별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정치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는 시험대다. 과거의 부패한 관행을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공천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상식을 회복할 때, 비로소 선거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교묘한 말이 아니라 더 정직한 결단이다. 국민은 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결코 쉽게 잊지 않을 것이다.